http://www.koreatimes.co.kr/www/news/tech/2012/08/133_118662.html
삼성-애플 특허분쟁과 관련 지난 주 미국 법원에서 애플에 일방적인 승리를 안겨준 배심원 평결을 주도한 벨빈 호건 배심원장이 논란이 된 특허를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0일, 미국의 IT전문 블로그인 `안드로이드핏(andriodpit)’은 ``배심원 대표를 맡았던 벨빈 호건이 동영상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특허가 삼성 또는 애플 제품에 채택됐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PC enginner
Founder and leader of Pandamonium
이번 '의혹'을 두고 평결의 효력을 다투는 건 어불성설이죠.
('의혹'만 갖고도 기정사실인 마냥 우리 국가기관이나 기업들에 맹공을 퍼붓는 게 일상화된 많은 누리꾼들의 정서나 수준은 절대 그렇지 않지만)
다만, 벨빈 호건이 애플 디자인 특허의 효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다는 점은 새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군요.
지금까지 소개 번역된 인터뷰 내용에선 일체 그런 내용은 없었거든요.
그가 블룸버그 TV와 한 인터뷰에 다음과 같은 발언이 있습니다.
.....
일부는 선행 디자인이 특허를 유효하게 할지 무효로 만들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한 가지에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 날이 저문 후 집에 와서 특허들을 건별로, 제약 별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하 하고 깨닫는 순간"을 가졌고, 저는 갑자기 만약 이게 내 특허라면 그것을 방어할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배심원들은 내가 이를 말했을 때 그 점을 이해했고,
....
유럽법원과 한국법원에서 애플 패소의 원인이 된 애플 특허의 효력 쟁점에 대해 그가 취한 최선의 심리방법은
저게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일부 배심원들(자신을 포함한 것인지 자신을 배제한 것인지 명확치 않습니다)이 특허의 효력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는데 신의 계시를 받은 듯 '아하'하고 뭔가 갑자기 깨달았고 그래서 자신이 배심원들에 한마디 했더니 모두
공감하고 그걸로 특허의 유효성 쟁점에 대해선 그냥 넘어갔다...
서울중앙지법의 판결문에서 애플 특허의 신규성/진보성에 관한 매우 상세하고 논리적인 설시가 이루어져 있는
것과 매우 극명하게 잘 대비가 되죠.
제가 현재까지 접한 특허의 효력에 대한 그가 취한 태도나 생각에 관한 자료만 보더라도 그가 처음부터 특허의
효력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호건이 특허에 대해서 회의적인 건은 아니고, 디자인이나 트레이드 드레스가 특허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만 회의적이었다고 발언한 건은 그의 인터뷰 관련 기사 대부분에 실려 있습니다.
링크를 하나 걸자면, http://www.eetimes.com/electronics-news/4395049/Jury-foreman-in-Apple-vs--Samsung- 의 두번째 문단이 정확하게 Hogan said he used to be skeptical about the role of design patents and trade dresses, but evidence in the case changed his mind. 로 시작하죠.
이런 내용이 의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미국의 배심원제 재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배심원제는 기본적으로 아무도 완벽한 중립이 될 수 없다고 가정을 하고 시작합니다.
그런 이유로 양측의 변호인단은 많은 배심원 후보 중 상대편에게 편향된 선입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 배심원을 계속 거부하여 양측의 변호인단 모두 중립적이라고 인정받은 사람들만 배심원단으로 선정합니다. 이렇게 선정되고 난 이후에는 정말로 배심원이 공정하지 못하다거나 객관적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평결이 효력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일은 없습니다. (물론 재판 기간 내에 금지된 행동(외부와 재판과 관련된 의견을 주고 받는 등등)을 하는 경우에는 크게 문제가 됩니다.)
이번 재판의 배심원단 후보 중에는 애플의 직원이나 구글의 직원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양측 변호인이 거부해서 최종 배심원단에 선정되지 않았습니다만, 만약에 그들 중 한명이 남아서 배심원이 되었다면, 재판이 진행된 이후에 "이해 당사자가 포함되어 있으니 재판이 무효다"라고 주장한다고 받아들여질까요? 당연히 그런 주장은 씨알도 안 먹힙니다.
만약에 그런 일이 허용된다면, 누구나 상대방에게 뻔히 유리한 배심원을 선정되도록 유도한 다음 재판에서 질 경우' 저 배심원이 공정치 못하니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버리겠죠.
그리고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저 호건 씨는 초기에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인 사람으로 내심 애플의 디자인 특허 효력을 없애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판 중 애플이 제시한 증거들을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 하니, 배심원 선정 시점에서는 오히려 삼성쪽으로 편향되어 있던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가 배심원으로 선정되었을때 삼성 측에서 좋아했을텐데,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재판 이후에 배심원의 공정성을 공격하는 것은 불합리 합니다.
한줄로 다시 정리하면, "미국 배심제 재판에서 배심원 심사를 통과해 배심원으로 선정된 사람의 공정성이 크게 의심되더라도 그 비공정성으로 인해 평결의 효력이 줄어들거나 달라지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