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깁니다. 하루 종일 좀 일들이 있었거든요.--------------------


어제 급하게 아침부터 특허 컨설팅 회사와 미팅이 있어서 서울에 가려고 택시를 타고 버스정류장으로 갔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재빠르게 움직이니 마침 10분 후의 버스를 바로 탈 수 있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습니다만...

주머니 한쪽이 허전한 느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트릭스가 없는 상태임을 알았습니다. 버스는 출발하고...

갑자기 막막해지는 느낌과 함께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이를 어쩌지, 같이 일하는 변리사님과 회사앞서 만나서 같이 가기로 했는데....

미쳐버릴 지경이었습니다.. 가만히 차분히 생각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움직인 경로를...

'내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는다면 분명히 폰은 택시 좌석에 있어야 해.'

바로 옆에앉으신 아저씨에게양해를 구하고 폰을 빌려 (아이폰) 제 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받음 어쩌나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어떤 젊은 사람이 받더라고요. 어, 이상하다... 제 기억에는 택시기사님이 좀 노인이셨거든요.

받은 사람은 바로 기사님을 바꿔주었고, 기사님은 젊은학생이 제 자리에 앉아 있다가 폰을 주었는데 마침 제 전화가 와서

자신에게 바꿔줬다고 했습니다. 얼마전에 저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똑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그 기사님도 기사님이지만 학생에게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학생 연락처라도 알려달라고 (밥이라도 사려고) 말하는데 기사님이 자기 연락처 알려주면서 나중에 찾으러 오라고 하고 끊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저녁 때 내려갔습니다. 학생이다 보니 마침 교수님과 미팅이 저녁때 있었거든요.

미팅 전에 우선 기사님과의 약속장소로 갔습니다. 뭐 어쩔 지 모르겠어서 돈도 없고 하다 보니 성의 표시로 음료수와 빵을 샀습니다.

기사님이 폰을 줬습니다. 술이 많이 취해 있었습니다. 제가 음료수 등을 드리자 한 모금 마시더니 계단에 버렸습니다.

그러더니 제게 역정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거 바로 팔면 1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는데 찾아줬더니 이까짓 음료수 주는 게 말이 돼? 이럴 수 있어? 최소한 돈을 몇 만원은 줘야 하는 것 아니야? 어떤 사람은 내게 최고 7만원까지도 주더라! 내가 최고 7만원까지 받아도 봤어 근데...에라, 이런.... 자네, 이러면 안돼!"라면서...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스러워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 했습니다. 근데 돈이 3천원 밖에 없었습니다. 아 진짜...ㅠㅠ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돈이 하나도 없는데 은행에서라도 뽑아드릴까요?" 그러니까... 바로 건너편에 은행이 있다고 손으로 가리키셨습니다. 근데 또 생각하니 이번학기 등록금 다 내고 돈도 없었습니다. 알바비가 17일에 들어오는데 그걸로 또 버텨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머리를 몇번이고 굽혀 사죄하며 죄송하다고, 알바비 들어오면 돈 드리겠다고 계좌번호라도 알려달라고 하니까....

"됐어, 너같은 학생은... 사람이 말이야, 그러는 거 아니야, 보답을 해야지. 이거 내가 그냥 팔아버렸으면 10만원 이상은 그냥 받는 걸 줬는데 말이야..." 계속 저는 꾸지람을 들어야 했고, 계속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돈을 부치겠다고 하니까,

"에라, 됐어, 자네 말이야, 말로만 그렇게 말하고, 자네 용무 다 끝나고 얻을거 다 얻었다 이거지? 됐어, 됐다고. 에이, 이런... 원... 내가 자네한테 이거 찾아주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이리 따라나 와, 맥주나 한잔 하게..." 허얼.

저는 결국 계속 사양하다가 도망쳤습니다.

(아, 도망치려고 한 것은 아니고 정중하게 계속 사양하다가 그냥 되돌아 왔는데 그게 결국 도망친 모양새가 되어버렸네요.)


참, 저도 학교에 있다 보니 세상물정을 너무 몰긴 몰랐나봅니다. 이런 일 처음이지만.... 보통 돈을 몇만원 쥐어드리는 게 맞는 건가보죠.

잃어버렸던 입장에서 조금 뻔뻔한 생각일 수도 있겠으나, 애타는 주인을 위해서 물건을 주어서 주인을 찾아주는 게 당연하지가 않고

이제는 돈이라도 쥐어 주어야 하는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기사님에게는 한번 전화했으나 오늘은 받지 않으셨습니다. 내일 다시 전화해서 돈 보내드려야 하는 걸까요?)


또 한 가지, 폰이 없이 하루 생활해 봤는데 의외로 참 마음이 편했습니다.

처음에는 지하철 노선도도 역에서 보고 다니느라 좀 불편했지만, 조금 있으니 자꾸 폰을 들어다볼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도 볼 수 있고 책도 읽게 되었습니다. 나는 맛폰이나 디지틀기기들을 가지게 되면서 편하고 즐거운 듯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얼마나 구속되고 이것저것 신경써야 하고, 속박되어 살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맛폰이 없어도 우리는 즐겁게 살았었거든요.

아트릭스의 멀티독 인식 문제가 요즘 저를 신경쓰게 하는 여러가지 이슈들 중 하나입니다. 다른 스맛폰을 가지고 있었다면 멀티독 같은 부가기능에 대해서 신경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아예 있지도 않은 기능이니까!), 저는 그만큼 조금이나마 더 자유로웠겠죠. 기능이 디지틀기기에 하나씩 하나씩 늘어날수록 그만큼 우리는 하나씩 하나씩 자유의 영역, 마음의 여유와 관용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유할수록 역설적으로는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점점 영악해지는 것이 요즘 나의 모습은 아닐는지...그래서 법정 스님은 무소유라는 명수필을 쓰신 것인지... 뻘스럽고 잡스런 철학적 생각들을 오랫만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해 보았습니다. 끝~!


읽어주신 분들은 대단하신 분들! 큰 복 받으실 겁니다. 폰 간수 잘 합시다! 폰을 주우면 꼭 찾아줍시다!

저같은 몰지각한 (?) 사람은 몰라도 다른 분들은 돈이라도 쥐어줄 지 모르잖아요. ㅎㅎㅎㅎ 그리고 나에게 조금 더 마음에 여유를 줍시다!


P.S. 폰 주우셔서 in my pocket 하지 않으신 대덕대학 학생 분, 정말 감사합니다, 이 글 보시면 제게 쪽지 꼭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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