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를 갈아끼우려고 뒷면 뚜껑을 열었다. 얼마나 험하게 썼는지 여기저기 먼지가 잘도 자리잡고있었다.

검은 몸체에 불규칙적인 흰 먼지들이 깨알같이 박혀있다. 틈새마다 껴 있는 먼지는 아무리해도 안떨어진다.

후후- 바람을 불어본다. 이 먼지는 접착제를 바른것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제발 떨어져주세요."

손으로 비벼봐도 소원하다. 주변에 도구가 없는지 둘러보다가 오래된 칫솔을 발견했다.

컴퓨터를 수리할 때마다 먼지를 털어내던 칫솔이다.

칫솔로 이가 아닌 낵서스원을 닦는다. 쓱쓱쓱. 용케 먼지는 낵서스원을 떠나갔다.

내가 얼마나 신경을 안썼으면 이 깊은곳까지 먼지가 꼈을까.

칫솔이 쓱쓱 지나갈때마다 먼지는 떨어지고 본디 매끄러운 검은 몸으로 돌아왔다.


"그래 이거야. 칫솔아 고맙다."

본디 내 이를 닦던 녀석인데 모가 옆으로 눕고 오래되어 버리려던 녀석이다.

내 이 사이에 껴 있던 고춧가루며 각종 이물질을 떼어내주던 녀석이 컴퓨터 먼지를 털고 이내 내 낵원을 닦아준다.

자신의 능력을 다 쓰고 다른 일로도 쓰임을 다하는 칫솔처럼 나도 내 능력을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옆에 있던 아르고도 같이 칫솔질을 한다.


"너도 더럽다 샤워좀 하자."

아무리 칫솔을 잡고 문질러봐도 아르고 송화부와 수화부 깊은 곳에 먼지는 떨어지지 않았다.


"폰을 바꿀때가 된건가?"

아르고가 삐졌는지 화면 액정을 꺼버린다. 나랑 대화하기 싫은가보다.


"괜찮아. 아직은 안바꿔. 회사서 안바꿔준데."

마침 문자가 들어왔다. 아르고가 웃어줬다. 기분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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