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난 주에 아이패드 3를 샀습니다. 갤럭시 11.6 기다리다 지겨워서 샀는데, 갤럭시 10.1을 1년 가량 쓴 경험으로 아이패드 3에 대해 좀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단 하드웨어 퀄리티는 별로입니다. 삼성이 이 수준으로 갤럭시 탭을 팔았다면 다음에서 모 부류의 사람들이 난리가 났을 겁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갤럭시 탭 초기의 유막 현상 뭐니 하는 건데요. 저도 눌러 보니 유막처럼 보이더군요. 그 걸 두면 더 커진다 뭐다 했는데 저는 미국판이라 그냥 뒀습니다. 솔직히 그 거 아무 문제도 아니더군요. 꽉 눌렀을 경우 검은 화면에서만 막이 보이다가 좀 있으면 정상으로 돌아가며, 시간이 지난다고 더 심해지는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패드 이건 화면 한 쪽 40% 정도가 붉으스름하네요. 검색해 보니 그라데이션이라고 흔한 불량인데, 애플에서 불량으로 인정 안 한답니다. 애플 스토어에서 깨끗한 액정 고르려고 열 몇 번 반품한 사람 글도 있더군요. 어차피 센터에 가 봤자 불량으로 안 쳐 준다고 해서 가는 거 포기하고 쓰고 있는데, 상당히 눈에 거슬립니다. 솔직히 아이패드 3에서 내세울 게 액정말고 뭐 있나요? 나머지 다 똑같거나 더 나빠졌는데. 오직 액정만 내세우고 나머지는 다 마케팅으로 때운 제품인데, 액정 불량이라니. 제 갤럭시 탭 10.1 화면은 균일하게 하얗거든요. 이 걸 당연하게 여겼었는데, 아이패드 3에서 이런 액정 걸리면 아마 소위 "초초초초초 양품"이라고 클리앙 이런 데 올라갔을 듯합니다. 



 (밝기를 100%로 두고 찍은 사진)


확실히 일부 사진을 보면 아이패드 3쪽이 섬세하게 보입니다. 아이패드 3 화면 보고 아이패드 2 화면을 봤더니 아이패드 2 화면이 쓰레기로 보인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아이패드 3 화면을 보고 갤럭시 탭 10.1 화면을 봐도 그렇게 특별히 해상도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고해상도의 사진을 보지 않는 이상. 오히려 하얗고 밝은 화면이 부러워집니다. 


그리고 발열 말인데, 엄청납니다. 주위를 보면 발열 그 거 별 거 아니라는 사람들 있습니다. 원인을 알았습니다. 화면 밝기가 50% 정도면 발열이 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80~100%로 두고 한 시간만 간단한 걸 해도 프라이팬이 됩니다. 3D 게임 이런 거 안 해도 그냥 켜 두기만 해도 그렇다는 겁니다. 정말 뜨겁습니다. 농담 아닙니다. 제가 원래 케이스 이런 거 안 씌우는 데, 하도 뜨거워 뒷 판에 씌울 실리콘 케이스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뭔가가 있습니다. 제가 아이포드 터치 2,4세대를 썼었는데 쓴 지 오래되어서 잊어 버린 건지 아이패드에서 더 좋아진 건지 모르겠지만, UI 애니메이션이 전반적으로 안드로이드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고급스럽습니다. 갤럭시 10.1이나 아이패드 3이나 1Ghz 듀얼 코어 CPU (거의 동급이라고 압니다), 메모리 1GB를 쓰고 있지만, 갤럭시 10.1에서는 키보드를 치면 랙이 걸려서 몇 자가 주르륵 입력되거나, 유튜브 앱에서 백 버튼을 눌렀는데 몇 초 정도 지나고 백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아이패드 3에서는 그런 증상이 전혀 없습니다.


또 같은 어도비에서 만든 Adobe Reader를 실행했는데도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버전이 끊기는 데 비해 아이패드 버전은 아주 부드럽네요. 이 문제를 좀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해결할 수 없을까 합니다.


사실 유튜브 앱을 보면 안드로이드 버전이 기능은 더 좋습니다. 특히 카테고리 별로 인기 비디오를 보는 기능을 자주 쓰고 있었는데, 아이패드 유튜브 앱에는 그 게 없어서 아주아주 불편합니다. 그런데 아이패드 유튜브 앱은 물흐르듯이 부드러워, 갤럭시 탭으로 볼 때 받던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갤럭시 탭에서는 버그까지 있어, 비디오가 클릭되지 않기도 합니다. (이 때 pinch-to-zoom을 한 번 해 주면 재정렬되며 클릭이 됩니다만)


솔직히 개발 시간이 10일이라면, 기능 구현하는데 10일을 쓰지, 기능에 3일 쓰고 UI 애니메이션이나 UI 꾸미는 데 7일 쓰라는 회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희 회사는 그렇습니다.) 애플을 보면 후자인 것 같습니다. 제가 맥북을 쓰고 있지만, 다른 회사면 개발 비용 상 하지 않을 일들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게 먹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들도 이런 곳에 시간을 좀 투자해 주면 좋겠습니다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안드로이드 허니콤의 소프트웨어 버튼이 너무너무 싫습니다.

  • 기기 잡다가 Back이 잘못 눌리는 일이 종종 발생
  • 랙이 걸려 반응이 느릴 때 여러 번 눌려 오동작
  • 안 그래도 세로가 짧은 데 굵은 세로 한 줄을 차지, 귀퉁이 빼고 가운데는 쓸모도 없음.
  • 게임 등, 화면 아래 부분 터치할 일 있을 때 실수로 눌림.
  • 눈으로 안 보고 조작 불가
  • 못 생겼음


아이패드 홈 버튼도 없애자는 사람이 많았지만, 저는 홈 버튼의 눌리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바닥에 두고 한 손으로 홈 버튼 눌러 켜는 것도 편합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소프트웨어 버튼도 좀 어떻게 좀 개선해 주면 좋겠는데, 제 생각에는 전원 버튼을 길게 누르면 그 막대기를 토글할 수 있는 메뉴가 나오거나, 아니면 막대기 가운데에서 slide를 하면 락이 되고 다시 slide를 하면 락이 풀리는 방식이 어떨까 합니다.


뭐 어쨌든 완벽한 기기는 없습니다.



A programmer, sort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