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독일 보다폰 유출로 iPhone 4 8GB와 4S 16/32/64가 나온다는 정보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엄청난 게 있을 것 같아 기대를 했는데, 처음에 뉴스를 읽고는 이미 예상했던 것밖에 없어 실망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애플 주식도 5% 가까이 하락했던 걸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첫인상을 떠나서 여러 가지 부분을 자세히 보니 전혀 나쁠 게 없고 괜찮은 것 같네요.

1.  크기

주관적인 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지금 아트릭스를 쓰고 있는데, 너무 커 손에 안 맞아서 버스에서 잡고 볼 때 항상 불안합니다. 넥서스원은 그나마 손에 맞기도 하고 뒷면도 테프론이어서 좋았는데, 모토롤라는 무슨 생각으로 뒷면을 매끈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쨌든 3.5 인치에 불만이 없고, 그 크기가 적당하며, 오히려 더 커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2. 액정

뭐 어차피 제가 본 것 중에는 글자 가독성, 사진 화질로 최고인 것 같으니, 개선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3. CPU

1.5GHz 듀얼 코어 안드로이드 전화기가 나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지 말고 절대적으로 봤을 때 듀얼 코어 1GHz로 전작에 비해 최대 두 배 빨라졌으면 할 만큼 한 것 같은데요. VM 돌리는 안드로이드하고 비교했을 때 네이티브인 iOS이면 체감 성능 차이 거의 없을 겁니다. 특히 국내 발매되는 안드로이드 전화기들이 대부분 쓰지도 않고 사용자들이 지우고 싶어도 못 지우고, 안 뜨게 하려면 귀찮게 옵션 바꿔야하는 앱들이 덕더덕지 깔려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과연 체감 성능 차이가 얼마나 있을까요?


4. 메모리

뭐 1GHz 달고 나와 준다면 불만 없습니다.


5. 저장 공간

이건 뭐 예전과 같으니 별로 할 말 없네요.


6. 카메라

아크도 카메라 보고 산 분이 주위에 있지만, 이 정도 카메라면 설명만으로는 거의 현존 최고 성능 카메라 같은데요. DSLR 없고 갑자기 길거리에서 뭐 찍고 싶은 게 있어 찍을 일이 있는 제게는 고성능 카메라는 매력적인 업그레이드로 보입니다.


7. 디자인

iPhone 4를 써 보지 않아서 저 각진 디자인이 그립감이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둥글게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만... 뭐 이것도 4와 달라진 게 전혀 없으니 할 말은 없네요.


8. 블루투스 4.0

잘 모르겠습니다만, 뭔가 활용할 일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이상이 생각나는 점들입니다. 아마 사람들이 실망을 하고, 욕하고 있는 것은 16개월이나 기다렸는데 그 기간에 비해 획기적인 건 없다는 게 아닐까 합니다. 사실 그건 맞는 말 같네요. 애플 현금이 뭐 100 조 원이 있다고 누가 그랬던 것 같은데요, 최고급 엔지니어들도 엄청나게 많을 거고... 그런데 A5 같은 이미 올 해 초에 나온 하드웨어, 다른 하청 업체가 만든 거 갖다 끼웠을 카메라, 누구나 쉽게 늘일 수 있는 메모리 등 외에 애플 스스로 이룬 혁신적인 부분은 없어 보이는 걸 생각하면, 그 동안 뭐 했는지는 궁금하네요. 몰라서 안 했지는 않았을 텐데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어쨌든, 저는 돈이 없어서 iPhone 4S로 가게 될 것 같지는 않은데 (다른 안드로이드 전화기처럼 몇 달 뒤에 거의 공짜로 된다면 모를까), 그다지 애플이 무너진 것처럼 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 제발 안드로이드 전화기 제조사들이 iOS에서 좋은 점 따와서 적용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제일 바라는 건 스피커와 이어폰 음량 다르게 기억하기와,  마스터 음량 조절 하나로 조절하기, 이어폰으로 볼륨 컨트롤 + 이전, 다음 곡 넘기기 컨트롤하기 등입니다. 그리고 iTunes는 싫지만 iTunes처럼 음악 관리 잘 되는 안드로이드 표준 PC 음악 관리 프로그램도 좀.... iTunes에서는 곡 별로 음량 설정도 할 수 있던데요.


그럼 이만.

A programmer, sort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