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난 2월 말에 미국에서 Nook Color 를 구입했습니다.
3월 1일날 한국에 들어왔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돌아다닐 일이 많이 생기고 하는만큼, 그 시간동안 책이라도 읽을 목적에서였죠.

일단 구입 후 당연히 루팅을 하고 안드로이드 마켓 등도 설치를 해서 지금까지 대략 한달간 썼습니다.
그래서 비록 한국에는 없는 모델이고, 한국에 들어올 일도 없긴 하겠지만 혹시 관심있으실 분들이 계실지 몰라 간단하게 감상을 써 볼까 합니다. (단, 사진 한 장 없이 글 뿐이라 지루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이 기기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이건 원래 Barnes & Noble 이라는 서점에서 자기네 이북 리더로 판매하는 물건입니다.  그렇기에 이북 리더 기능에만 충실하고, 사실 그 자체로는 태블릿으로 쓰기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이북쪽 기능은 나름대로 괜찮아서 와이파이를 통해 책을 구입하거나 신문 등을 보거나 할 수 있고, 서점에 가면 자체 와이파이를 통해 그 서점 내의 책을 무료로 볼 수도 있습니다만...  한국에선 쓸 수가 없는 기능이죠.  그렇다보니 한국에서 구입해서 쓰기엔 좀 미묘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스펙은 갤탭보다는 좀 떨어집니다.
CPU 는 A8 800MHz 에 GPU 는 SGX530, 램 512MB, 내장 공간 8기가, 해상도 1024x600, 무게가 대략 420g 정도죠.
여기에 블투가 없고 (하드웨어는 있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상에서 막혀있습니다.  해킹하면 쓸 수 있다는군요) 당연히 3G도 없고, GPS 도 없습니다.  버튼도 반드시 필요한 파워/볼륨 버튼을 제외하고는 달랑 홈 버튼 하나뿐인데다 동영상 무인코딩 재생도 안 됩니다.  (원래 이런 용도로 나온 녀석도 아니고)

그래도 요즘 갤탭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미국 기준으로 이 기기는 $250 밖에 안 하므로,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본다면 꽤 싼 가격입니다.  해상도도 갤탭과 동일하구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갤탭보다 더 큰 관심을 받는 기기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데탑컴도 그렇지만,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부분은 게임입니다.  게임만 빼면 스펙이라는 것의 영향이 대폭 줄어들죠)


그럼 써 본 경험을 얘기하자면...
먼저 책을 읽기엔 당연하다고 해야 하겠지만 상당히 좋습니다.
그리고 왼쪽 아래에 스트랩을 낄 수도 있게 되어 있어서, 스트랩을 왼손가락에 적당히 걸고 왼손으로만 들고 있어도 버스나 지하철에서 떨어뜨릴 위험 없이 책을 읽기에 상당히 편합니다.  무게도 겉보기에 비해선 좀 무거운 편이지만, 몇시간씩이나 들고 있을 게 아니라면 적어도 제 기준으로는 큰 부담이 없는 무게더군요.

그리고 노티바가 아래쪽에 있는데, 그 바에는 책을 읽는 도중이 아니면 항상 책 마크가 떠 있어서, 그걸 치면 바로 읽던 책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웹을 보거나 하다가도 다시 책을 읽기에도 편하죠.  (다만 이건 epub 형식 전용인 것 같더군요.  pdf 에서는 동작하지 않습니다)

테스트는 epub 형식과 pdf 만을 해 봤는데, epub 형식이 아마 여기서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형식인지, 이걸로 해야만 제대로 책장에 표지도 나왔습니다.  pdf 에서는 안 나오더군요.
그리고 책을 읽을 때 epub 는 세로로만 볼 수 있고 가로로는 안 되지만 대신 폰트 크기 조절, 폰트 교체 등이 가능했습니다.
반면 pdf 는 줌인 줌아웃이 되고 가로로도 볼 수 있지만, 넘기는 게 좌우가 아니라 상하라서 은근히 불편하더군요.

그 외에는 기본 앱으로는 판도라나 무비 플레이어, 그리고 체스나 스도쿠같은 간단한 게임 몇가지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순정으로는 사실상 이북 리더 외에는 크게 쓸 일이 없죠.


하지만 해킹을 하게 되면 이야기가 확 달라지는데...
안드로이드 마켓만 깔아도 이 기기의 활용도가 대폭 올라갑니다.
당연하지만 마켓에 있는 다른 리더나 뷰어를 깔면 다른 서점의 책도 구입 가능해지니 한 서점에만 묶여있을 필요도 없어지고,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않는 것도 지원해주는 뷰어만 깔면 해결됩니다.  zip 으로 되어 있는 코믹 같은 것도 뷰어만 깔면 다 나오고, 화면이 크다보니 확실히 폰보다는 볼 맛이 나더군요.
물론 앵그리버드같은 게임을 깔아서 할 수도 있고, 다른 비디오 플레이어를 깔아서 쓸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소울 무비만 써 봤지만 한글 자막도 잘 나옵니다)  성능도 나쁜 편이 아니다보니 이런 앱을 돌리는 데 있어 문제는 없다고 봐도 될 정도더군요.
그러니 대충 갤탭으로 할 수 있는 건 대다수 여기서도 할 수 있다고 해야죠.

다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닌데, 새 앱을 깔았을 경우 당연히 실행은 가능합니다만 앱 리스트에는 재붓하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이 기기가 앱 설치를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보니, 재붓을 했을 때만 앱 리스트를 갱신하는 듯 했습니다.

동영상 역시 시스템상의 제약인지 뭔지는 몰라도 동영상은 MP4로 854x480 정도 이상의 해상도는 지원되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1024x600 의 풀 해상도 영상을 만들어 봤지만 아쉽게도 재생되지 않았습니다.  비트레이트는 딱히 제약이 없어 보였습니다만 (적어도 5000Kbps 까진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기기에는 있는 백 버튼과 메뉴 버튼이 없다보니 (단, 노티바를 가리는 상태가 아닌 경우엔 노티바에 백버튼과 메뉴 버튼이 나타납니다) 게임같은 걸 하다가 닫고 싶으면 그냥 홈 버튼으로 돌아온 다음 앱 킬러 같은 걸로 죽여줘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이 기기는 웬만한 이유로는 절대 벽돌이 되지 않습니다.
이유가 메모리 카드에서 부팅이 가능해서인데, 그렇다보니 내부 시스템이 완전히 포맷된 상태라 해도 메모리 카드에 시스템이 있으면 동작합니다.  실제로 루팅 같은 거 안 한 순정 상태라 해도, 메모리 카드에 허니컴 시스템 파일을 집어넣고 (내부 메모리 플래쉬하는 게 아닌, 자체 부팅 파일들) 재붓하면 그냥 허니컴으로 뜹니다.  메모리 카드 빼고 부팅하면 다시 순정으로 뜨고요.
그러니 이런 쪽 해킹 팀에선 참 마음놓고 갖고 놀 수 있는 기기가 되겠죠.

제가 허니컴도 써 보긴 했는데, 아쉽게도 제작사에서 나오거나 한 게 아닌 단순히 개인 포팅 레벨이다보니 좀 버벅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괜찮더군요.
다만 이때문에 샌디스크 16기가 클4 microSD 카드도 샀습니다만...  이거 속도가 참 OTL 이라 부팅 속도가... (드로이드에 기본으로 따라온 클2 16기가짜리보다 쓰기/읽기 다 느렸습니다)

어쨌든 허니컴은 실제버튼은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기에 (xoom 에는 버튼이 없죠) 오히려 여기에는 더 잘 어울렸습니다.
아쉽게도 여기서 마켓은 설치해보지 않았기에 허니컴 전용 앱 같은 건 써 보지 못했지만...  뭐 기본 앱들은 나름대로 잘 돌더군요.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포팅된 것인만큼 이는 차차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갤탭은 이제 아이패드2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라도 가격 인하를 단행할 것이고, 당연히 해외에서도 그럴 것이니만큼 이 Nook Color 라는 기기를 태블릿으로 볼 경우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갤탭이 이것의 가격만큼 떨어지지는 않을테니, 이북 리더 기능이 메인이고 다른 안드로이드 앱들을 굴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여전히 꽤 매력적인 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 돌아가면 갖고 있는 라노벨들 자르고 스캔해서 여기에 다 밀어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자기 책 자기가 스캔하고 원 책은 파기하는 건 스캔물을 공유하지 않는 이상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니 이 점에 대해서 태클 거실 분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