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iPod Touch 2세대와 삼성 피처폰을 2년 가까이 쓰다가 안드로이드를 반 년 정도 썼습니다.


다음 같은 곳에 보면 iPhone을 덮어 놓고 종교 수준으로 찬양하는 사람이 많지만 저는 좋음과 싫음이 모두 있었습니다. 처음에야 이런 기계를 처음 써 봤으니, 신기하고 너무너무 편하고 유용했지요. 그러다가 점점 애플리케이션이 질리고, iOS가 올라갈수록 느려지고, 구형이라고 기능 지원 안 되고... 그리고 고질적으로 불편한 점들이 쌓여 진짜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반 년만에 다시 iPod Touch 4세대를 오늘 만져 보았는데요... 이거 또 갈등이 되네요. 뭐 별다른 애플리케이션을 바라는 건 아닌데, 기본 애플리케이션 수준들이 Apple 쪽이 훨씬 좋네요.


1. 키보드

안드로이드로 처음 왔을 때에는 애플과 다르게 키보드를 내 마음대로 설치해서 쓸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반 년을 써 보고 나니, iOS 내장 키보드보다 안 좋거나 비슷한 수준이네요. 특히 일본어는 iOS 것이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안드로이드에 있는 Simeji, OpenWnn, Kaede 등 있는 거 몽땅 써 봤지만, iOS의 변환 후보만큼 제대로 보여주는 건 하나도 없더군요. 한글도 기본 풀 키보드는 거기서 거기이고, 안드로이드는 피처폰처럼 버튼 몇 개로 넣는 방식이 있어 편하긴 합니다만, iOS의 한글 붙이기(?) 기능이 없어서 불편하더군요. 한글 붙이기란, "학교"를 치려다가 실수로 ㅏ를 눌러 "하가"가 되어 버리면, iOS에서는 ㅏ를 지우면 다시 "학"이 되고 ㄱ을 누르면 그대로 "학교"를 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하가"에서 ㅏ를 지우면 "하ㄱ"이 되고, 여기서 ㄱ을 치면 "하ㄱㄱ"이 되어 버리더군요.


2. 커서 이동의 불편함.

모토롤라 것은 iOS를 그대로 모방한 돋보기 기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회사는 없더군요. 화면에 보일 경우에는 어떻게 잘 찍어서 커서 위치를 옮길 수는 있는데, 한 줄짜리 텍스트 박스에 글자가 많아 스크롤되어 버리면 원하는 곳으로 커서를 옮기기가 불가능해져 버리더군요. (펜텍 베가에서) 애플이 저 기능에 특허를 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드로이드에 다들 적용이 된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듭니다.


3. 카메라

베가가 하드웨어 성능이 더 좋을 텐데, iPod Touch 쪽이 카메라를 찍어 보니 뭐 사진 찍는 맛이 들 정도로 UI가 부드럽게 움직이네요.


4. 음악

아 podcast.... Beyond Poscast고 뭐고 이것저것 다 설치해 봤지만, 음악 프로그램과 완벽히 통합된 이 podcast 시스템은 또... 그러나 여전히 iPod 자체에서 자동 업데이트는 안 되겠지요? 이건 정말 불편했는데...


5. 액정

베가의 AMOLED는 세로로 줄들이 얼핏얼핏 지나가는 등, 텍스트 보기에 영 안 좋습니다. iPod로 보니 해상도가 높아서 그런가 iPhone보다 안 좋다는 액정인데도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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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iPod Touch가 다 좋다면 아주 쉽게 안드로이드 버리고 가겠지만, 또 제가 Google 서비스를 너무 자주 이용하다 보니, Google 서비스와 완전 통합되어 있는 안드로이드의 장점도 무시 못하겠고... 그렇지만 또 안드로이드를 사서 제조사가 집어 넣어 놓은 쓰레기 프로그램 지우고 최적화하는 데 골치 썩힐 걸 생각하면, 기본 프로그램만 깨끗하게 있는 iPhone이 부럽기도 하고.. 뭐 갈등만 되네요.


처음 몇 달은 우와 안드로이드만 써야지 했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애플처럼 안드로이드도 구글이 다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통신사의 압력에 따른 제조사의 헛짓과 언제 나올지 모를 업그레이드를 기다리다 보니... (작년 말에 최고네 뭐니 했던 옵티머스 마하, 두 달 째 SW 업그레이드 안 나오네요. 아마 버려진 듯.)

A programmer, sort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