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내년초 안드로이드폰의 국내 출시가 여러 언론에 보도되면서 모토로라의 드로이드 국내 출시를 기대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많은 기사에서 드로이드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지만 아직 모토로라의 국내 출시 모델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SKT의 고객 상담 메일에서 드로이드는 내년 상반기까지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으로는 SKT가 현재 드로이드 단말의 망연동 테스트에 들어갔다고 알려지면서 출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런 정반대의 정보들이 동시에 퍼지고 있는 것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SKT가 그동안 준비하고 있던 모델은 쿼티자판을 채용한 모토로라의 드로이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쿼티자판은 한국 시장에서 만족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충분히 타당하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의 드로이드 출시와 아이폰과의 경쟁 구도 형성이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SKT도 기대이상의 반응에 일단 망연동 테스트를 해놓으며 출시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시할지 말지 고민하는 SKT를 위해 왜 드로이드 모델이 국내 출시되어야 하는지. 왜 구글의 서비스가 탑재되야하는지 따져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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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굴마담. 
아이폰은 국내에서 다양한 신문기사들을 통해 특별한 광고 없이 충분히 알려져 있었고 출시와 관련되어 오랫동안 생성되어온 버즈를 통해 한번에 터졌다. 드로이드 역시 다양한 기사와 블로거들의 리뷰로 웹상에서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HTC히어로가 Sense UI라는 것을 통해서 널리 이름을 알렸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미 구형 모델이 되어버렸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IT매체의 드로이드에 대한 긍정적인 리뷰와 아이폰과의 대립구도 형성되어 있다. 드로이드는 안드로이드를 알리는 얼굴마담 역할로 채택되었다. HTC 히어로는 웹상에서는 구형버전이라며 관심을 덜받고 있지만 드로이드와 함께 꾸준히 같이 잘팔리고 있다. 드로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매장에 가는데 덩달아서 히어로도 많이 팔리는 것은 사용하기가 좀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일단 매장까지 불러들이는 역할을 할 비싸더라도 잘 포장될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드로이드다.

2. 쿼티자판 탑재
안드로이드는 다양한 소셜 네트웍 서비스들과의 연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문자입력이상으로 입력장치가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쿼티 자판 모델이 팔리지 않는다는게 정설이다. 특히 문자의 사용빈도가 높은 20대이하의 사용자들은 기존 휴대폰 자판이나 터치자판이 쿼티자판보다 훨씬 익숙하다.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드로이드의 주요 타겟도 20대후반에서 30대의 직장인이다. 이 연령층에서 쿼티자판을 더 친숙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주변에서 남들보다 먼저 안드로이드폰을 접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쿼티자판의 안드로이드를 선호하고 있다. 스크린 키보드는 하드웨어 키보드의 입력 편리성을 따라오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3. 개발자 
종종 듣는 이야기가 국내에 안드로이드 앱개발자가 얼마나 되냐는 질문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거의 없다. 기존 아이폰의 경우는 터치를 구매하고 써보면서 개발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국내에서 개발용 단말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취미로 개인이 개발하는 것은 많이 어려웠다. 일본에서 NTT도코모의 HT-03A모델의 출시 이전과 이후 마켓에서의 일본 개발자 참여도는 현격하게 차이가 났다. 일단 손에 쥐어주어야 개발을 시작한다. 왜 구글이 개발자 행사에서 몇천대씩 단말을 공짜로 뿌렸을까? 먼저 개발자의 손에 안드로이드 단말을 쥐어주어야 한다. 일단 단말이 손에 들어오고 나면 개발자는 안드로이드에 접근하기가 훨씬 쉽다. 기존 PC환경에서 추가적인 비용부담없이 바로 개발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드로이드인가? 그것이 내년 안드로이드 단말의 레퍼런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개발자들에게 개발용 단말으로 쿼티가 있는 G1을 권유해왔고, 이제 그것이 드로이드로 바뀌었다. 쿼티가 있는 모델로는 쿼티가 없는 풀터치 단말에서의 동작도 테스트해볼 수 있지만 그 반대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4. 안드로이드 마켓
안드로이드폰을 통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두 집단을 구분해서 접근해야한다. 일반사용자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와 개발자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이다. 현재의 킬러앱이라고 볼 수 있는 페이스북, 판도라 라디오와 마이스페이스는 국내 일반 사용자에게 별로 쓸모가 없다. 지역적 성격이 적은 게임컨텐츠의 경우는 게임등급제등의 문제로 도입이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일반 사용자에게 안드로이드 마켓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개발자를 위한 킬러앱은 두말할 것 없이 안드로이드 마켓이다. 당분간 T스토어와 쇼스토어는 개발자를 위한 킬러앱이 될 수 없다. 통신사, 제조사, 기존 개발사등이 협력을 통해 다양한 앱을 만들어낼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용자가 별로 없는 시장을 위해 개인 개발자의 참여는 끌어내기 힘들다. 충분한 사용자가 있어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심사과정이 없어 새로운 앱을 테스트하기도 좋은 안드로이드 마켓이 있어야 개발할 맛이 난다. 안드로이드 마켓은 통신사 마켓의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5. 얼리어답터
최신 IT 트렌드에 관심이 많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앱들을 먼저 사용해보기를 좋아하는 얼리어답터를 위해서도 안드로이드 마켓은 필요하다. 해외의 정보를 빠르게 접하고 해외의 트렌드를 따라가기를 원하는 이런 얼리어답터들이 결국 국내 안드로이드 사용을 이끌게 된다. 그들에게 안드로이드 마켓과 최신의 해외 유행 단말을 지워주어야 한다.

마치며
아이폰의 출시는 많은 장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사용자들의 기대와 바램이 모아져 신속히 진행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드로이드에도 그러한 기대가 모아진다면 망연동 테스트를 하며 간을 보고 있는 SKT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드로이드 도입의 당위성에 대해서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